이슈들과 빅 이벤트들이 총 집합되었던 2024년, 연말을 맞아 지난 한 해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너무 TMI인 것들은 빼려고 노력했지만 마음처럼 안 됐을 수 있음.
1월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결심하고 본격 결혼 준비를 시작한 달이다.
우리가 연애를 대략 3-4년 정도했으니, 서로가 언젠가는 결혼을 할 것이다라는 전제가 있었지만 누구 하나가 강력하게 밀어 붙이기 쉽지 않았고, 결혼 준비가 제대로 됐다는 생각이 전무했다. 그래서 사실 결혼이라는 것은 막연하기만 한 그저 먼 나라 이야기 같았다. 그러다가 1월 어느 평범했던 주말, 할게 없었던 우리는 문득 남편의 제안으로 데이트 겸 결혼 박람회를 가보게 되었는데...(우리 둘 다 호기심 많은 편) 절대 계약만큼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박람회장에 들어선 우리는 어떤 분의 감쪽같은 말빨에 속아 '예복 계약서' 한 장을 들고 나오게 되었다. 넥타이를 서비스로 주고 뭘 더 준다고 그러시길래요...
'예복 계약서'를 대체 왜 들고 나왔지...? 우리는 무엇 하나 정해진게 없는데... 그런데 다음엔 뭘 해야하지? 일단 모르니까 다른 박람회 가서 사람들 얘기를 좀 들어보자. 그렇게 자연스럽게 다음 스탭을 진행하게 되었다. 호구당하지 않고 비교분석을 해보기 위해 최소 박람회 두 곳은 더 가봐야겠다 싶어서 그 다음주에 예약을 하고 방문을 했고, 여전히 계약하지 말고 나오자는 서로의 다짐(?)은 까맣게 잊은 채 세 번째 박람회에서 '스드메 계약서'를 들고 나왔다. (참고로 둘 다 P임)
1월 말 경 콧바람 쐬려고 캠핑도 살짝 한 번 다녀와줬다.
2월
여차저차 스드메까지 계약을 했더니, 플래너에게 연락이 온다. 식장을 아직 잡지 않았으니 홀 담당 플래너가 연락이 올거라고 한다. "아 네 그렇죠... 잡아야죠. 알겠습니다." 그렇게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다. 그런데 홀 잡을 때 뭘 봐야하는거죠? 우리 몇명 올지도 모르고 얼마 드는지도 모르는뎁쇼.. 요즘은 어디가 인기가 많고 좋습니까..?
그렇게 또 얼레벌레 플래너가 시키는대로 홀에 가서 대략적인 견적을 듣고 식장을 잡았고, 이 때 상대방의 부모님께 시간 괜찮으신지 자초지종을 말씀 드렸다. 보통 상견례를 먼저 하고 홀을 잡기도 하는데, 우리는 이미 서로의 집안에서 어느정도 아는 상태인지라 조금 건너뛴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식장을 잡고 보니 조금씩 예비 신부의 느낌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감회가 새로웠다.
그런데, 아는만큼 보인다고 결혼 카페들을 보며 시장 조사를 해보니 우리가 기존에 잡았던 홀의 부족한 점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마침 소문난 신생 웨딩홀이 나의 마음에 쏙 들었고 전화를 해보니 그 주에 상담예약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었다. 운이 좋았던게 분명하다(지금 그 웨딩홀 예약은 전쟁 of 전쟁...) 이미 계약된 웨딩홀의 위약금은 다행히도 10만원이니, 마음에 들면 홀을 바꾸고 그게 아니면 킵고잉해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였다. 그래서 지금의 남편을 설득해서 새로운 웨딩홀에 가봤다. 그런데 웬걸? 잔여타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는데 대신 예식이 6개월 더 빨라져야 한다는 것. 그래서 3일 고민 끝에 비수기라 저렴하기도 하고, 이왕 할거 후딱 해치우자 라는 생각으로 양가 부모님 허락까지 받고 새로운 웨딩홀로 바꾸기 완료. 이제 진짜 식장까지 픽스됐다.
남편 생일도 있던 달. 헥헥 바쁘다 바빠...
3월
남편 예복 맞추러 감. 더블 브레스트가 잘 어울리는 남자.
결혼 반지도 맞춤. 신속하쥬?
서프라이즈 프로포즈까지 해주신 남편님... 덕분에 호강하네요. 무한 감사드립니다.
우연히 체험단에 선정되어 3월까지 눈이 쌓여있는 대관령에서 야외스냅까지 촬영했음. (추워 죽는줄)
3월 한달만에 이거 다 어떻게 했지?
4월
주위에 서서히 결혼한다고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망의 웨딩 스튜디오 촬영 달. 다이어트에 열을 올렸고, 촬영 소품 준비, 드레스, 염색 뭐 해야할게 산더미다. 원래 로망 없이 대충 하려고 했던 것들인데 아는만큼 보인다고 이것도 해야할 것 같고 저것도 해야할 것 같고... 그래도 네이버 블로그를 키워둔게 있어서 꽤 절약하는데에 도움이 많이 됐다. 도합 200만원은 아낀 것 같다. 그렇게 무사히 촬영도 완료.
월말부터는 내가 셀프로 만든 청첩장으로 청첩장 모임 시작.
옆에 꽃들은 스튜디오 촬영때 센터피스 남은 꽃들을 활용해서 찍음. 알차게 썼다.
남편에게 해외 이직 스카웃이 와서 채용 전형 진행함.
직장 다니면서 결혼준비에 파트 석사 하느라 리얼 죽을맛이었음.
5월
아빠 맞춤양복 맞춰드림.
예비 시댁과 속초 여행 다녀옴. 너무 재밌었음.
그리고... 청첩장 모임으로 바빴음.
다이어트한다고 쥐똥만큼 먹음.
거짓말 안하고 청모때 0.3인분씩 먹음.
드레스 투어도 완료. 헥헥...
6월
오늘도 청모... 내일도 청모... 청모.. 청모..
동상이몽st 식중영상 찍는다고 호리존 셀프 스튜디오 빌려서 남편이랑 셀프로 인터뷰 영상 촬영함.
돈주고 만들려면 최소 50 이상인데 촬영, 편집 내가 다 할줄 아니까 그냥 셀프로 다 해버림.
대신 헤메는 받고 왔음. ㅈㅅ 제가 컴퓨터로 뭐 만드는건 잘하는데
얼굴에 뭐 만드는건 똥손이랍니다... (저렴한곳 발품 팔아서 받음. 둘이 12만원).
이정도면 뭐... 결과물 괜찮쥬?
7월
청모 거의 안 잡음. 온 신경이 지방덩어리 없애는 것에 곤두섰음.
회사 사람들이 너무 말라깽이가 됐다며 안쓰러워함.
본식 드레스 골랐음.
피부관리, 승모근관리, 다이어트 피크 구간이었음.
신행가서 입을 휘뚜루마뚜루 바지 세트 샀음.
퇴근하고 데이트 데쓰요.
나 말랐었네... 지금은 저 모습 없음.
남겨둔게 어디야... 저렇게 다이어트 두 번 하라면 못해.
8월
본식날 메컵샵 가기 전 새벽 몸무게. 44.5kg...
역대급 최저 몸무게 찍었다.
메컵샵 갔다가 눈 감았다 뜨니까 본식 끝남...
정말 정신 없었는데 살면서 제일 재밌었던 행사 중 하나였다.
돌이켜보면... 또 하라면 못 하겠지만
후회없이 하고 싶은거 마음껏 하길 잘했다 싶다.
신혼여행 다녀오고 귀국 비행기 안에서 남편 채용 최종 합격 소식 받음.
파트 석사를 마치기 위해 졸업 논문에 박차를 가함.
9월
자, 다음 관문! 회사에서 오퍼레터까지 받았으니 당연히 비자가 안 될 확률은 적을거라 생각했음.
변호사가 모의 인터뷰를 봐줬고, 이 정도면 될 것 같다고 했음.
미국 비자 인터뷰 봤음. 그린레터 후 거절. 사유 모름.
응...? 우리 둘 다 멘붕이 옴. 퇴사도 했고, 이미 집안 살림 반 이상 팔았고,
심지어 미국 에어비앤비 위험하다고해서 집도 3개월 임시 거처 구해놨는데요...?
10월
집안이 온통 박스더미와 이민 가방, 압축팩으로 난무했음.
일단 지나간건 지나간거고... 멘탈 잡고 정신 차리자.
남편 회사에서도 비상이 걸렸는지 변호사 바꿔줌.
이전 변호사는 미국에 있어서 소통이 어려웠는데, 한국에 계신 유능한 변호사님이셔서 믿고 맡길 수 있었음.
비자 인터뷰 다시 시도 준비. 그 사이 나는 졸업논문 집중.
11월
11월 말, 눈이 펑펑 오는 날, 졸업논문 디펜스, 성공적.
졸업할 수 있다... 다행이다. 걱정 많이 했는데... ㅠ
이 달은 남편과 나,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함.
12월
최종 논문 지도교수님과 심사위원 교수님들 인준지 직인까지 완료.
논문 완성본 학교 인쇄소에 맡겼다.
미국 대사관 2번째 비자 인터뷰 시도, 여전히 거절.
우리가 대체 뭘 잘못했을까? 억울하다..
아니... 일 끝나면 돌아올거에요.. 우리 한국 좋아해요. 왜들 그래요 진짜?
하... 뭔 미국이냐 그냥 한국에서 살자... 깊은 고심 끝에 결론.
이상 다사다난했던 올해 타임라인을 간단하게 정리해봤다.
그래도 올해 빅이벤트 3가지를 해낸 우리 남편과 나 너무 기특함.
미국 못 간건 억울하지만 진인사대천명(盡人事而待天命)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금전적인 손해도 크고 심적으로도 너무 힘들었음.
그래도 빅이벤트 3개중에 2개는 성공적으로 해냈으니
그걸로 됐다고 정신승리 하기로 했다.
앞으로의 여정 또한 고민과 선택의 연속인데,
이제는 완전한 내 편이 생겨서 든든하다.
인스타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삭제해버렸고
틈만 나면 책 읽고 공부하는 중.
남편이랑 다시 잘 시작해봐야지.
아직 우리 젊으니까.